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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번호 11개 나오면 접니다.


5개는 이왕하는것 치곤 적고

10개는 너무 딱 떨어져 기계적입니다.

12개는 구차하고 

그 이상은 숫자놀음입니다.


그래서 11개입니다.

10개가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라면

1개는 나만이 가지는 독특함입니다.


생각해보면

나처럼 같은번호를 11개씩 사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몇십명은 될거라고 봅니다.


요행이 무참히 부서지며 현금이 사라지는 속에서도

11개를 찍는다는것은

한마디로

대단히 미친놈이겠지요.


나머지 몇십명이 무슨 생각으로 그걸 찍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11개를 찍는 첫번째 이유.

그리고 11개를 맨 처음 찍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사람들이 당첨판매점을 보고 11개가 똑같은 번호인걸 확인했을때 드는 맨 첫 생각과 맨 처음 표정 때문입니다.


또 그 후에 11개를 세어보고 왜 10개가 아니라 이 인간은 11개를 샀을까에 대한 의문

누군가 그런 의문을 품을때 생각과 표정입니다.


매주 11개를 살때마다 당첨되었을때에 그 당첨금액에 대한 즐거운 상상보다 

먼저 저 생각으로 그 퇴근길이 종일 재미있습니다.


과연 나처럼 수개월넘게 같은번호를 11개를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엇때문에 11개를 사기 시작했고 그 11개 숫자엔 무슨 의미가 있을것이며(가령 꿈에서 보거나)

어떤 각오로 그 11개 사는것을 지속하며 당첨되었을때에 대한 상상을 무엇을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저에게 저 11개 숫자의 의미는 아무 의미도 없고 나눔로또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는 프로그램으로 돌려 나온 번호에 불과한것이니까.

11개 숫자를 어떤 경우로던 정말로 믿어서 그것이 정녕 될거라고 확신하여 사는 사람도 있을거 같습니다.

그런 이는 저를 보고 정말로 미친놈이라고 말할거 같군요.


그것조차 재미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 반응조차 수 없이 생각했던 반응중에 하나이니까.

아마도 현실이 되면 그런 반응들이 재미있지는 않겠죠. 유토피아처럼.

근데 그것조차 현재의 저에겐 재미있군요. 지금은 재미있는 상상이 현실이 되면 재미가 없다니. 얼마나 역설적입니까.

그 상황 또한 상상하면 재미있습니다.